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은 절벽 아래,
은은한 빛을 내는 동굴 속 공동가운데에 초로의 노인이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조용히 감겼던 눈을 뜬 그의 눈망울에는 생의 마지막을 직감한듯한 초탈한 눈빛을 빛내고 있다.
"그런 것이었나... 내가 무서워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나!"
조용한 뇌까림이지만 공동내에서 계속 되는 메아리로 인해서 점점 소리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 동굴에서 지난 세월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 이유가 자신이었다니..."
노인의 전말과 뒷말이 연속으로 공동에서 메이리치면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노인은 힘겨운 듯 천천히 손을 들어 옆으로 휘둘렀다.
노인의 손짓에 시끄럽게 울려대던 소리가 일제히 잠잠해졌다.
'그가 두려운 것이 아니었어... 그의 얼굴에서 본 내 자신이 무서운 것이었다.'
'죽기전에 바깥의 햇살을 느끼고 싶지만, 지금의 내몸으로는 너무 무리구나!'
'주원아! 주원아! 복수에 눈이 멀어 부모님의 유언조차지키지 못했구나!'
'다음생에서라도 유언에 따라 웃으면서 살고 싶구나.'
머리속의 여러 생각들이 죽어가는 신체에 따라 점점 멈춰가던 그때,
몸속의 내공이 주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의 혈도를 따라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육갑자(360년)에 이르는 거대한 내공이 노회한 혈도를 타고 주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온몸의 혈도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고통으로 인해서 주원은 점점 멈춰가던 의식은 또렷해지는 반면 눈은 더욱 흐려지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급기야 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선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주원은 자신이 지금 죽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이 이런 고통이라니... 나에게 평안은 없는 것인가!"
"젠장!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하늘은 나에게 이러는가!"
주원의 피튀기는 마지막 외침을 끝으로 선혈이 쏟아지는 기침도 눈의 생기도 사라지고,
공동에는 주원의 마지막 외침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잠시후 주원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새하얀공간이었다.
주원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눈을 뜬 곳의 공간.
'이곳이 저승인가.'
주원은 몸을 틀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때 주원의 눈에 자신과 함께 이 공간에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간에 인자한 인상의 한 노부인이 부드럽지만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저승사자치고는 너무 예상외로군요!"
주원은 자신의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노부인이 저승사자라고 생각했다.
"아이야! 이 할미가 누군지 모르겠느냐?"
주원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노부인, 노부인의 말에 자세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던 주원은 왠지 그녀가 낮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십니까?"
정체를 묻고 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묘하게 이제는 뚜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항상 그리웠던 아버지의 얼굴이 겹치는 듯 했다.
"조상님?"
"후후후 조상님이라니... 틀린말은 아니구나! 고모할머니다. 이놈아!"
고모할머니라고 밝힌, 그녀는 주원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포근한 안도감이 들면서 주원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억도 하지 못한 어릴적을 제외하고 인생에서 단 한번도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었던 그다.
부모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을때도 그는 단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고모할머니의 품안에서 그동안의 눈물을 모두 흘리듯이 울기 시작했다.
주원의 고모할머니는 검선이라고 무림에서 칭송받던 아미파의 혜민사태였다.
그녀의 유일한 핏줄이었던 동생의 부고소식을 1년 후에야 듣게 된다.
그녀는 세속에 미련을 접었다고 하여도 동생에게 너무 무심했던 자신의 모진마음을 질책했다.
그리고 동생의 집이었던 주씨상단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조카와 조카며느리와 함께 2년 동안 살다가 아미파로 다시 돌아온다.
그 후 2년이 지나 아미파에서는 혜민사태가 우화등선을 했다고 발표했다.
무림에서는 단지 그녀의 죽음을 아미파에서 우상화 하기 위해, 우화등선했다고 말한것으로 생각했다.
아미파에서 혜민사태를 제외하고는 고수라고 칭할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이 그들에게는 쇠락을 예고하고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주원의 앞에서 그를 안아주고 있다.
"나의 선의가 너희를 망쳤구나! 미안하다. 아가야!"
통곡하는 주원의 등을 토닥이며 혜민사태가 사과를 했다.
"너의 비참했던 삶을 다시 되돌려줄 수는 없겠지만, 다시한번 시작할 수 있도록 이 할미가 도와주마!"
그녀의 말에 주원은 그녀의 품에서 얼굴을 올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네가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면서 살거라."
"그리고 이 할미가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혼자라고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주원은 그녀의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선의는 무엇이며, 선의란 좋은 뜻으로 무엇인가를 했다는 뜻일텐데 왜 우리를 망쳤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자신은 방금 전 확실히 죽었다.
망할 하늘이 복수에 대한 천벌을 내린것인지, 죽을때도 곱게 죽지 않고 고통속에서 죽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뭘 다시 시작하고,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다음생에서는 행복하게 살라는 것인가? 기억도 못할텐데... 뭐가 행복한 것인지 어떻게 알지?'
그녀는 주원의 눈물이 멈추자 감싸 안았던 팔을 풀고 한걸음 물러나 주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니 아비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았나보구나, 주성이 젊을 적이랑 똑같이 생겼구나!"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서만 살아서 몇살을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100년은 살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주원이었다.
쭈글쭈글한 노인의 모습일텐데 자신에게 할아버지 젊을 적과 닮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모할머니... 제가 할머니보다 더 늙었을텐데... 할아버지 젊을 적과 닮았다니요."
"후후후!"
주원의 말에 혜민사태의 웃음을 지으면서 한발 더 물러섰다.
"시간이 없구나! 아쉽지만 언젠가는 또 볼 날이 있을테지, 이만 가보도록 해라!"
혜민사태는 말과 동시에 팔을 휘저었다.
그녀의 팔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주원의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외로운 삶을 살았던 주원이었다.
몇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지만, 평생 쌓여있던 외로움이 녹는 듯한 순간들이었다.
그런 그녀와의 몇마디 대화를 끝으로 다시 멀어진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할머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세요! 제발 함께 있어주세요!"
주원은 물속에서 허우적대듯이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의 몸부림과는 달리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다가 어느덧 시야가 어둡게 물들기 시작했다.
"주원아! 보이지 않아도 이 할미는 너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어둠속에서 고모할머니의 목소리만이 귓속에 맴돌았다.
원래는... 주인공 관계도와 함께 시대배경등을 먼저 올릴려고 했는데...
습작란을 만들어 놓고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듯 해서....
그냥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프롤로그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삽화를 넣을려고 어제부터 일러스트랑 포토샵을 만졌지만...
근 10년만에 그림을 그려볼려고 하니... 영 잘 안되네요!
그래서 삽화 없이 글만 쓰려고 합니다.
한가지씩만 해야죠!!!(아마추어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는 사실에서 반성중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쓴다고 해야될까요... 단락을 끊을 포인트를 찾기가 힘드네요!
지적 좀 부탁드릴께요!
맞춤법은... 아마도 지속적으로 수정할 듯 합니다.
원래 삘받아서 글쓸때는 막쓰는 타입이라...
아마 다시 읽어보면서 수정할 듯 하네요!
미흡한 글이라... 많은 지적부탁드립니다.